류한석 (컬럼니스트) 2003/06/06 |
역사를 이해하면 현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고, 더불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20년간 MS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MS의 성공과 끊임없는 혁신을 지켜 봐 왔다. 단지 DOS만을 취급하던 작은 회사가 어떻게 현재와 같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특히 기술 외적인 관점에서, .NET의 향방과 성공 시기를 가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통합(統合)의 법칙 MS는 통합(integration)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한 회사이다. 종합선물세트의 법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개별적인 단품들을 묶어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진 하나의 세트로 제공하는 것이므로 단순하게 묶어서 제공하는 것보다는 더 향상된 개념이다. MS 오피스, 백오피스, 비주얼스튜디오 등은 그것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통합에 대한 시도는 사실 과거부터 많이 회사들에서 시도되어 왔지만, 이 법칙에 있어 중요한 점은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그것이 유기적으로 잘 연계되어 있어야 하고(데이터 공유, UI의 통합 등), 또한 각각의 단품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별 볼일 없는 제품들을 합쳐 놓는다면, 더 별 볼일 없는 세트가 될 뿐이다. 인내(忍耐)의 법칙 일명 3.0의 법칙으로도 부를 수 있는 이것은 MS 제품의 성공 시기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MS 제품들 중에서는 3.0 버전(또는 세번째 업그레이드)에 이르러서야 성공한 제품들이 많다. 윈도우 3.0이 그랬고, 인터넷 익스플로러 3.0이 그랬고, 비주얼 베이직도 3.0에 비로소 데이터베이스 기능이 추가되면서 업계에서 폭넓게 사용되었다. 또한 NT 시리즈 중 사실상의 최초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윈도우 NT 4.0의 경우, 첫 버전이 마케팅적인 이유로 3.1부터 시작되었고 3.5를 거쳐 세번째 업그레이드인 4.0이 성공했으므로 결국 이 법칙에 해당된다. MS는 한번 밀기로 결정한 제품은 경쟁사의 핍박과 유저들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인내하고 개선하며 결국 성공을 시킨다. 그러므로 마침내 수많은 경쟁 회사들이 허를 찔리게 된다. 이것에 대해, 열등한 제품을 마케팅적으로 포장시켜 성공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은 MS 제품을 사용하는 수많은 유저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며 또한 MS가 매 업그레이드시마다 얼마나 많은 기능을 향상시키고 제품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 왔는지를 간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NET은 언제 성공할 수 있을까? 비주얼 스튜디오닷넷의 세 번째 버전이 출시되고(인내의 법칙), 윈도우 서버 2003, SQL 서버의 차기 버전인 유콘, 이 3가지 제품이 통합되는 2004년이 바로 그 기점이 될 것이다(통합의 법칙). 추종(追從)의 법칙 과거 MS는 가장 먼저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윈도우가 그렇고, 인터넷 익스플로러, SQL 서버, MS 워드, 엑셀 등이 모두 그것에 해당된다. 이미 검증된 시장에, 선구자의 장점과 단점을 면밀히 분석한 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MS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통합의 법칙, 인내의 법칙과 상호작용해 반드시 성공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NET은 선구자적인 제품이므로 이 법칙이 작용하지 못했으며, 결국 MS 스스로 과거의 선구자들처럼 시행착오를 겪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제 MS는 규모가 많이 커졌으므로 선구자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며, 이 법칙은 과거를 이해하는 데에만 사용될 것이다. 호환(互換)의 법칙 최신 제품의 기능을 덜 진보시키더라도 과거 제품과의 호환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굳이 MS가 아니더라도 이 법칙을 적용해 성공한 회사들이 많다. 사실 과거 제품의 성숙하지 못한 내부 구조를 버리고,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디자인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익숙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그리고 과거 자료, 소스를 그대로 사용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MS는 모든 제품에 있어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왔지만 .NET에 와서 그것이 깨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기존 개발자들을 아직까지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건 분명히 MS의 실수이다. 멋진 기술이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MS는 이제 과거 기술과의 호환에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포기(抛棄)의 법칙 인내의 법칙은 제품과 총론에 작용하고, 포기의 법칙은 개별 기능과 각론에 작용하는 경향이 크다. MS는 제품 출시 전 상당한 기획과 연구를 하기 때문에, 제품 자체의 방향성이 잘못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 내장된 개별 기능은 고객 지향적이지 않은 것이 종종 있으며, 고객의 반응이 미미할 경우 그것은 다음 버전에서 이내 삭제된다. 지금은 이미 모두의 뇌리에서 사라진 봅(Bob), 액티브 채널(Active Channel) 그리고 비주얼 베이직의 웹클래스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포기할 때는 미련 없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바로 MS이다. 현재 .NET의 기능 중에서는 어떤 것들이 삭제될까? 반보(半步)의 법칙 일반 대중은 혁신과 진보를 원한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실제 선택의 순간이 되면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엄청난 개혁보다는,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적당한 발전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한걸음이 아니라 반걸음 앞서는 방법이다. 과거 윈도우 3.1은 완벽한 32비트 OS였던 OS/2와 비교되어 성능상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필자는 "윈도우 3.1이 어쩌면 조금만 더 성능이 좋았더라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NET은 이 법칙을 지키지 않았다. 친교(親交)의 법칙 MS가 다른 IT 벤더들과 확연하게 틀린 점 중 하나는 개발자, 엔지니어들과의 유대 관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세미나와 컨퍼런스, 인증 제도 및 교육 시스템, 뉴스그룹의 활성화 및 기술 지원, 외부 전문가풀의 활용 등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또한 매년 커뮤니티 전문가를 선정하는 MVP 제도의 경우, 작년에 전세계적으로 1200여명이 선정되었고 올해 3000명이 선정될 예정인데 그 사람들을 모두 한곳에 모아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며 매년 컨퍼런스를 할 정도이다. 순진한 엔지니어들을 마케팅적으로 이용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설사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런 지원을 하는 업체가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볼 때 MS의 지원 정책은 결코 평가 절하될 수 없다. 전문가 집단과의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 이것은 많은 업체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재밌는 점은 리눅스의 경우 개발자와 사용자의 극단적인 유대 관계로 성공했다는 것인데, 표면적인 차이는 있지만 MS도 사실 그것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위에 나열한 7가지 법칙은 필자가 임의로 만들어 명칭을 부여한 것이며, 모든 현상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또한 모든 원칙에는 예외가 있으며, 결국 언젠가는 원칙도 바뀐다. 현상에 부화뇌동하기 보다는 본질은 이해하는 IT인들과의 논쟁을 기대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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